우리집 강아지 동구와의 산책.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과 상황에 따라 같이 못갈 때의 아쉬운 마음. 동구와 함께 여행을 못갈 때에는 부모님께 맡기고 여행을 떠난다. 완고하시던 아버님은 이제는 동구를 너무 좋아하신다. 그리고 동구와 어떤 놀이를 했는지도 말해보겠다.
반려견과의 여행
요즘에는 애견동반이지만 구역이 아예 나누어져 있는 곳도 있고 애견전용이지만 개체 수에 제한을 둬서 조금 더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생기고 있다. 특히 리드줄을 하지 않은 채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의 형태가 있을까 싶다. 캠핑장은 대개 전용의 경우 5만 원에서 8만 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으며 동반의 경우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고 때로는 추가요금을 받기도 하지만 평균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포천 캠핑마을
사실 전용이라기보다 반려견을 동반할 시 따로 정해진 구획에 자리를 마련해준다. 그 안에서는 리드줄을 풀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가는 길은 다소 험난하지만 멀미가 심하지 않은 반려견이라면 함께 가볼 만하다.
남양주 햇살가득 캠핑장
반려견 전용 캠핑장으로 사이트끼리 간격이 제법 넓고 편의시설이 상당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 추천할 만하다. 다만, 캠핑장 밖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야 해서 만약 짐이 많거나 이른 시간에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면 가까운 쪽에 텐트를 설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양평 갤러리 카페 수수카페
양평이야말로 반려견과 함께 당일치기로도 1박 2일로도 다녀오기 좋은 장소다. 동반입장이 허용되는 카페나 식당이 제법 있고 숙소 역시 반려견 전용 펜션이 따로 있을 정도로 펫 프렌들리한 곳! 북한강이 근처이며 야외 테라스가 넓게 조성되어 있어 반려견 동반이 허용된다. 단, 전용공간은 아니기에 바닥에 내려놓거나 풀어놓을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운영규칙이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강화도 애견카페 흐노니
강화도에는 반려견 동반 카페 및 전용 운동장이 여러 군데 있고 부지가 넓은 편이라 뛰어놀기 좋다. 또한 산책하기 좋은 길이 많아 여유롭게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애견카페 흐노니는 흔히 애견전용카페라고 하면 복잡하고 견주들에게는 다소 편의시설이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이곳은 다르다. 루프탑과 운동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테리어 및 음료에도 신경을 쓴 편이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가장 처음 알게 되었던 건 강아지와 함께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너무 많다는 거였다. 문턱이 닳도록 뻔질나게 드나들던 단골 카페도 맛집도 빵집도 동구와는 들어갈 수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타던 버스도 지하철도 비행기도 타기 어려웠다. 특히 여행은 반려동물이 입장되는 곳이 거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집에 혼자 두거나 아니면 부모님께 부탁해서 봐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반려동물은 나에게는 한없이 예쁜 생명체이지만 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니 더더욱 습관을 잘 들이고 가르치고 잘 돌봐야 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에게 좋아보여도 동물에게는 좋은 장소가 아닌곳도 있다. 무엇보다 견주의 입장에서 함께할 여행지를 알아본다면 펫 프렌들리한 곳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반려견과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개는 후각에 굉장히 민감하다. 볼 수 없는 상황에도 강아지는 냄새로 인기척을 알아낼 정도니 말이다. 그렇기에 반려견에게는 후각을 이용한 놀이가 굉장히 효과적이다. 이런 ‘노즈워크’를 위한 장난감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사용한 건 바로 담요였다. 많은 술들이 달려 있어 그 사이사이에 간식을 숨겨놓은 다음 바닥에 내려놓으면 냄새를 맡으며 찾아먹을 수 있다. 만약 이갈이 시기라면 ‘터그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치를 빠지게 하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게 하면 좋은데 이때에는 안 쓰는 수건 등을 이용해 반려견에게 물게 한 다음 밀고 당기며 놀아주면 된다. 하지만 사람도 선호하는 놀이가 제각각이듯 개들도 견종이나 개체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놀이가 다를 수 있다. 일례로 우리집 강아지 동구는 공 던지기를 제일 좋아한다. 어릴 때는 노즈워크도 하고 터그놀이도 했지만 이제는 거들더보지도 않는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항상 공을 물어와 던져달라고 한다. 이렇듯 자신의 반려견이 선호하는 놀이가 어떤 것인지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며 관찰하는 게 좋겠다.
산음자연휴양림
산음자연휴양림은 올해 처음 지정된 반려견 동반 휴양림이다. 국가에서 운영해서 평일에는 3만 원대로 숙박이 가능하고 반려견 놀이터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떠난 그곳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부슬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못 놀 정도는 아니었다. 평일인 터라 길에는 차가 거의 없어 예상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 근처 애견동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입실을 했다. 산속 깊숙이 자리 잡은 탓에 가는 길은 험난했지만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온다는 걸 비염환자인 우리 남편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공기도 산내음도 좋았다.
기대를 안고 열쇠를 넣고 돌리자 아담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제일 작은 평수로 예약했기에 원룸형태였지만 우리 세 식구가 쓰기엔 적당했다. 무엇보다 산 쪽으로 크게 나있는 통창이 마음에 쏙 들었다. 문을 열어 재끼고 누워 하늘을 보니 내가 안에 있는 건지 밖에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동구도 좋은가 보다. 창틀에 발을 대고 섰는데 그 모습이 사람 같았다.
근엄하기 짝이 없는 말투로 호령하며 밖을 응시하는 듯한 녀석이 귀여워 사진으로 남겨놓고는 서둘러 반려견 놀이터로 향했다. 비가 오는 탓에 강아지 친구들은 많이 없었지만 동구는 살랑이라는 포메라니안 친구와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잘 놀았다.
에필로그
동구가 우리에게 온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깜찍한 외모는 어느덧 이름처럼 구수하고 순박하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모습이 더 사랑스럽다. 함께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었으니까.